Nor can mine
03. Fantastic Mr. Fox - (2) Mr. Fox 본문
2. Mr Fox
Mr. Fox를 처음 번역 할 때 '폭스 씨', '여우 씨', '여우 남작' 사이에서 고민했다.
남작은 원서 내에 작위를 나타내는 표현이 따로 등장하지 않기도 했고, 시대 배경, 국가 배경도 맞지 않는 것 같아 패스.
국내 정발본에서는 제목을 '멋진 여우 씨'로 번역했고, 작중에도 '여우 씨'라 불린다.
개인적으로 fox와 Fox의 차이를 구분 짓고 싶기도 했고, (직업병인 듯)
세 농장 주인이 주인공을 blighter, lousy beast 등 짐승, 동물의 표현을 강조해 칭하는 부분이 많아
'여우'라는 표현을 아껴놓기 위해 '폭스 씨'로 최종 결정했다.
뭐 하나 쉽게 결정하는 게 없다.
번역 연습을 하며 가장 많이 느낀 것.
1. 한국어 문장은 짧고 간결한 것이 미덕이고, 접속사나 전치사를 최대한 덜어낸 것이 좋은 문장이라면
영문장은 세문장 분량을 접속사, 관계대명사를 사용해 기이이일게 연결해 놓은 게 많다.
2. 대명사를 고유명사로 변환하는 작업이 생각했던 것보다 쉽지 않다.
3. 모든 언어를 해석해 내야 한다는 압박감에 문장의 본질을 흐리면 안 된다. 생략할 수 있는 부분은 생략하자.
위 1, 2, 3을 이유로 오늘 고민이 많았던 문장
And when Mrs. Fox had told him what she wanted, Mr. Fox would creep down into the valley in the darkness of the night and help himself.
직역하자면,
그리고 폭스 부인이 그에게 그녀가 원하는 것을 말할 때, 폭스 씨는 밤의 어둠 속에서 계곡 아래로 기어내려 가 음식을 가져왔습니다. 가 되는데.. 문장도 길고, 재미가 없다.
그래서 이럴 때는 소거법을 써보기로 했다.
머리에 그려지는 이미지를 설명할 때 쓰이지 않은 단어는 지우는 방법이다.
creep(슬그머니 기어가는 느낌을 강조하고 싶음),
down into the valley (농장으로 향하는 걸 알려야 하니까),
in the darkness of the night(글을 읽었을 때 머릿속에 그려지는 이미지)
정도만 두고 뒷부분을 덜어내 보기로 했다.
그래서 이렇게 의역했다.
폭스 부인이 먹고 싶은 음식을 말하면 폭스 씨는 계곡 아래를 향해 드리워진 어둠 속으로 슬그머니 기어갔습니다.
다음은 한국에서 쓰이지 않는 단위나
아이들 눈에서 대략적인 범위를 파악하기 힘든 경우 쉽게 풀어써주고 싶을 때.
어디까지 관여하는 게 좋을지 고민이 많아진다.
예를 들면,
Thus, if Mr. Boggis was hiding behind his Chicken House Number One, Mr. Fox would smell him out from fifty yards off and quickly change direction, heading for Chicken House Number Four at the end of the farm.
여기서 나오는 fifty yards는 우리나라에선 골프 칠 때 말고는 잘 쓰지 않는 단위이다.
이걸 정확하게 '야드'라는 표현을 써서 번역할지,
아니면 '미터'로 변환해 얘기해야 할지,
혹은 '재빨리 눈치채고 방향을 튼다는 것'이 중요한 부분이니까 뭉뚱그려 해석해야 하는 건지 고민하다가
그러니 보기스가 1번 닭장 뒤에 몸을 숨기고 있으면 폭스 씨는 냄새를 맡고 재빨리 방향을 틀어 반대쪽 4번 닭장으로 향하는 것입니다.
마지막 선택지로 결정하고 이렇게 의역했다.
시제도 '향했습니다'가 되어야 올바르겠지만
어쨌든 중요한 건 왜 농장주인들이 도둑질당하는 걸 알면서도 폭스 씨를 막지 못했는가 서술하고 있는 장면이니까. (뭣이 중헌디의 연속)
번역은 확실히 오랜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하는 일이 맞나 보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를 오래 생각하는 게 진짜 돌무더기에서 보물찾기 하는 탐험가가 된 기분이라 즐겁다.
"모어(母語)와 외어(外語) 공부에 중학생처럼 굴종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라."
김욱동 번역가가 쓴 책 '번역가의 길'에 소개된 정지용 시인의 말.
두 언어를 갓 배우기 시작한 중학생들처럼 비굴할 정도로 열심히 배우라는 말이라고 한다.
기억에 오래 남는다. 맞다. 그냥 하는 게 아니라 공부를 해야 늘지.
중학생 처럼 하란 말은 좀 덜 열심히 하는 것 같으니 (일단 내 주변 중학생들은..)
고2처럼 열심히 해봐야겠다. 아니다... 나는 일하니까 고1 정도...
평일은 시간상 번역은 어려우니 단어랑 문법공부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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